공기로 빚은 얼굴
반 블록쯤 떨어진 곳에서 보면 이 두상은 속이 꽉 찬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유리 마천루 발치에 눈을 감은 어린 소녀가 거대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얼굴은 조금씩 흩어집니다. 얼굴 전체가 하얀 강철 와이어를 구부려 엮은 격자이기 때문입니다. 소녀의 뺨 너머로 타워와 오가는 차들, 하늘까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이 작품이 바로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하우메 플렌사의 *원더랜드(Wonderland)*입니다. 2013년,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한 더 보우 광장에 설치되었습니다. 더 보우는 곡면 외관에 사선 격자 구조를 두른 오피스 타워입니다. 흔히 ‘와이어를 구부려 만든 12미터 높이의 소녀 두상’이라고 소개되는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짧은 설명에는 보는 거리와 빛, 계절에 따라 작품이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캘거리 다운타운 속 위치
조각상은 다운타운 중심가 동쪽, 110 6 Ave SE에 있습니다. 뒤편으로는 더 보우가 휘어진 돛처럼 솟아 있습니다. 초승달 모양의 유리 외벽에 하늘이 비치면서 와이어 조각에 부드러운 배경이 되어 줍니다.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습니다.
- C트레인: 7 Ave SE에 있는 시티홀/보우밸리 칼리지(City Hall / Bow Valley College)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역은 조각상 남쪽에 있으며, 레드 라인과 블루 라인이 모두 정차합니다.
- 스티븐 애비뉴에서 걸어갈 때: 8 Ave SW에서 북쪽으로 6 Ave까지 올라간 뒤 동쪽으로 꺾으면 됩니다. 몇 분이면 도착합니다.
- 캘거리 타워에서 갈 때: 센터 스트리트(Centre Street)를 따라 북쪽으로 가면 됩니다.
현지인들에게 플렌사의 작품은 익숙하지만, 많은 여행자는 다른 목적지로 가는 길에 이 광장을 그냥 지나칩니다. 그래서 때만 잘 맞추면 지금도 조용히 숨은 명소를 찾아낸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상 안으로 들어가 보기
원더랜드는 바라만 보는 작품이 아닙니다. 직접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래쪽에 입구가 나 있어서 그 사이로 들어서면 텅 빈 머리 안쪽이 격자 돔처럼 머리 위로 둥글게 감싸 옵니다.
안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와이어 격자 사이로 더 보우의 상층부가 액자처럼 담깁니다. 촘촘히 교차하는 철망의 선은 타워의 사선 구조와도 얼추 맞아떨어집니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바로 이 장면을 찍으러 옵니다. 광각 렌즈나 휴대폰의 초광각 모드를 쓰면 가장 잘 담깁니다.
두상 대부분이 비어 있다 보니 안으로 들어가도 소리는 거의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방의 시야를 와이어가 가로지르고 있어서 광장과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빛과 눈, 그리고 방문 시간 고르기
광장은 야외 공간이고 현재 24시간 개방되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으니 언제 갈지는 마음대로 정하면 됩니다. 다만 시간대마다 어울리는 방문 방식이 다릅니다.
- 아침: 낮게 뜬 해가 철망 그림자를 바닥 포석 위에 길게 드리웁니다. 주말 오전 7시~11시가 가장 한산한 때라 운이 좋으면 두상 안을 혼자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 늦은 오후부터 저녁: 주말 오후 4시~11시는 가장 붐비는 시간대입니다. 두상 안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 겨울: 와이어에 눈이 내려앉아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얼굴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캘거리의 추위는 만만치 않으니 짧게 들르는 일정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광장이 실제로 운영 중인 오피스 건물에 속해 있어서 유지 보수 작업이나 행사 때문에 출입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벽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직장인들과 함께 쓰는 광장
원더랜드가 놓인 곳은 실제로 사람들이 일하는 타워의 앞마당입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광장은 사진을 찍는 장소인 동시에 일상적으로 오가는 공간입니다. 몇 가지만 지키면 나도, 주변 사람들도 한결 편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 안에서는 순서대로 찍습니다. 내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줄을 섭니다. 오래 붙잡고 촬영하기보다는 내 사진을 찍은 뒤 밖으로 나와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 주세요.
- 출입구 앞은 비워 둡니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길은 직장인들이 더 보우로 출근하는 통로입니다. 출입문 앞을 가로막지 말고 옆쪽에서 촬영하세요.
- 와이어에 올라타지 않습니다. 철망은 예술 작품이지 놀이기구가 아닙니다. 지나가면서 가볍게 손을 대 보는 것과 매달려 기어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 삼각대: 붐비는 시간에는 삼각대가 사람들의 흐름을 막습니다. 주말 오전 7시~11시를 위해 아껴 두세요.
입장료도 없고 팁을 줄 사람도 없습니다. 저녁 인파 속에서 필요한 인내심이 유일한 비용입니다.
얼마나 머물면 좋을까
대부분은 이곳에서 15~30분 정도를 보냅니다. 바깥을 한 바퀴 돌고, 안에서 몇 분 머문 뒤, 한 걸음 물러나 타워를 배경으로 두상을 담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특정한 빛을 기다리는 사진가라면 더 오래 머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각상은 오래 머무는 것보다 때를 잘 맞춰 짧게 들를 때 더 큰 만족을 줍니다. 반나절을 따로 비워 둘 목적지라기보다 다운타운 산책길에 들르는 한 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걷기 좋은 산책 코스
조각상 주변에는 걸어서 쉽게 닿을 수 있는 다운타운 명소가 여럿 있어서 순환 코스에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습니다.
- 스티븐 애비뉴(8 Ave SW): 몇 블록 남쪽에 있는 보행자 거리로, 사암 건물 외관을 따라 상점과 테라스 좌석이 늘어서 있습니다.
- 캘거리 타워: 센터 스트리트에 있는 전망탑입니다. 가까워서 같은 날 오전에 원더랜드와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 이스트 빌리지와 스튜디오 벨: 동쪽으로 가면 강변 동네인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와, 타일로 덮인 곡선형 건물인 국립음악센터의 스튜디오 벨(Studio Bell)이 나옵니다.
- 차이나타운: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닿습니다. 이른 시간에 조각상을 보고 난 뒤 식사하러 가기 좋습니다.
- 보우강 산책로: 산책을 더 길게 이어 가고 싶다면 강을 따라 서쪽의 프린스 아일랜드 공원(Prince’s Island Park)까지 걸어 보세요.
추천 동선은 이렇습니다. 주말 이른 아침 햇살 속에서 원더랜드를 먼저 보고, 차이나타운에서 커피와 아침 식사를 즐깁니다. 그다음 광장이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할 무렵 강변 산책로로 향하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원더랜드 조각상을 가장 한산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주말에는 오전 7시~11시가 가장 한산합니다. 주말 오후 4시~11시는 광장이 가장 붐비고 두상 안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므로 이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일 혼잡도는 측정된 자료가 없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원더랜드 조각상에 가려면 어떻게 하나요?
C트레인 레드 라인이나 블루 라인을 타고 7 Ave SE에 있는 시티홀/보우밸리 칼리지(City Hall / Bow Valley College)역에서 내립니다. 역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110 6 Ave SE의 더 보우 타워 광장이 나옵니다.
원더랜드 조각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요?
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래쪽에 입구가 있어서 속이 빈 와이어 두상 안으로 들어가 철망 너머로 더 보우 타워를 올려다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내 차례가 끝나면 자리를 비켜 주세요.
원더랜드에서는 얼마나 머물면 되나요?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안에 들어가 보고, 사진을 찍는 데 보통 15~30분이면 충분합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스티븐 애비뉴나 캘거리 타워, 차이나타운과 함께 묶어 둘러보세요.
원더랜드는 밤에도 볼 수 있나요?
공공 광장에 놓인 야외 조각상이며, 현재 24시간 개방되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주말 저녁이 가장 붐비니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다면 주말 이른 아침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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