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덮인 비탈을 따라 내려간 돌담 끝에는 청록빛 물이 펼쳐지고, 담장 안쪽으로는 교회 돔 두 개가 솟아 있습니다. 진발리 저수지의 물결은 요새 발치 바로 앞까지 밀려옵니다. 바로 위 굽잇길을 지나는 차들은 조지아 군사도로에서 속도를 줄이고, 대부분 그대로 차를 세웁니다.
트빌리시를 떠나 구다우리와 카즈베기 방면으로 북상하다 보면 처음 만나는 큰 명소가 바로 아나누리(Ananuri)입니다. 조지아 역사 유적 가운데서도 리뷰가 많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혼자 독차지하기는 어렵지만, 시간대만 잘 고르면 꽤 호젓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아라그비 강가의 공작 가문 요새
이 단지는 아라그비 공작 가문인 에리스타비 일가의 본거지였습니다. 이들은 13세기부터 이 계곡을 다스렸고, 오늘날 남아 있는 건물은 대부분 16~17세기에 지어졌습니다. 편집부 요약에서는 수많은 전투를 겪은 성이라고 소개하지만, 실제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피비린내 나는 것이었습니다.
요새는 두 구역으로 나뉩니다.
- 윗요새는 지금도 대부분 온전하게 남아 있으며, 교회 두 곳과 커다란 사각 탑이 이곳에 있습니다.
- 아랫요새는 지금은 상당 부분 폐허가 되었고, 일부는 물속에 잠겼습니다.
저수지는 근래에 만들어졌습니다. 1980년대에 진발리 댐이 완공되면서 성벽 주변의 옛 마을이 물에 잠겼습니다. 지금처럼 수면이 성곽 바로 앞까지 차오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성모승천 교회의 조각 벽면
큰 교회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바깥 벽을 한 바퀴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1689년에 세워진 성모승천 교회의 외벽에는 당시 조지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석조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남쪽 벽면은 꼭 정면에서 감상해 보세요.
포도덩굴 사이로 뻗어 나온 커다란 십자가 조각을 찾아보세요. 성녀 니노와 연관된 조지아의 상징입니다. 그 주위로 인물과 동물이 새겨져 있고, 북쪽 벽에는 밧줄을 꼰 듯한 무늬가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내부의 프레스코화는 촛불 그을음에 검게 변했고 일부는 소실되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더 작고 오래된 구세주 교회가 있고, 두 교회를 종탑과 성벽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조각만큼은 적어도 20분은 들여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전망을 보러 가느라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끝내 항복하지 않은 탑, 셰우포바리 오르기
윗요새의 사각 탑은 ‘굴복하지 않는 자’라는 뜻의 셰우포바리라고 불립니다. 마지막까지 버틴 수비대가 이곳에서 항전했다고 전해집니다. 1739년, 경쟁 관계였던 크사니 공작이 아나누리를 함락해 불을 지르고 아라그비 에리스타비 일가를 몰살했습니다. 이 가문의 대는 그로부터 수십 년 뒤 끊기고 말았습니다.
탑이 개방되어 있을 때는 좁고 가파른 나무 계단과 사다리를 타고 내부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긴 치마를 입었거나 배낭을 멨다면 오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꼭대기의 작은 창으로는 저수지가 곧장 내려다보이고, 산 쪽으로 이어지는 계곡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성벽 위 통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구간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돔과 물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내리막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관광버스를 피하는 방문 시간
혼잡도는 트빌리시발 당일 투어 일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말에는 오전 10시~오후 3시가 가장 붐비는 시간대입니다. 미니버스가 줄지어 들어오고 탑 계단에도 줄이 늘어섭니다. 가능하다면 이 시간대는 피하세요.
저희가 파악한 한산한 시간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평일: 오후 3시~8시
- 주말: 오후 6시~8시
현재는 요일과 상관없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엽니다. 다만 조지아의 역사 유적은 계절이나 교회 축일에 따라 운영 시간이 바뀌기도 하므로, 늦은 시간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구다우리에 머문다면 남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평일 늦은 오후에 들르는 일정이 한산한 시간대와 잘 맞습니다. 낮게 기운 햇살이 남쪽 벽면을 비춰 주는 것도 덤입니다.
머릿수건과 초, 그리고 교회 출입 예절
두 교회 모두 실제로 예배가 열리는 정교회 교회이며, 복장 규정도 지켜야 합니다. 여성은 머리를 가리고 치마를 입어야 합니다. 남성은 긴 바지를 입고, 모자를 벗은 채 들어가야 합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교회 입구 근처에 보통 두르는 천과 스카프가 마련되어 있지만, 직접 챙겨 가는 편이 더 빠릅니다.
다음 몇 가지를 알아 두면 방문이 한결 수월합니다.
- 내부에서는 목소리를 낮추세요. 예배자와 이코노스타시스 사이를 가로막고 서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내부를 촬영하기 전에는 먼저 양해를 구하고, 예배 중에는 절대 플래시를 터뜨리지 마세요.
- 내부에서 가느다란 밀랍 초를 팝니다. 사람들은 초에 불을 붙여 이콘 앞 모래 쟁반에 꽂습니다.
- 주차장 옆 노점에서는 추르치헬라(걸쭉하게 졸인 포도즙에 호두를 담가 만든 과자)와 기념품을 팝니다. 길가 노점에는 카드 단말기가 거의 없으니 조지아 라리 소액권을 넉넉히 챙겨 가세요.
구다우리 또는 트빌리시에서 가는 법
아나누리는 조지아 군사도로(E117) 바로 옆에 있으며, 구다우리에서 남쪽으로 차로 약 1시간 거리입니다. 가는 길에 진발리와 파사나우리 구간을 지납니다. 트빌리시에서는 약 72km, 차로 1시간 30분 남짓 걸립니다. 성벽 바로 아래 길가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차가 없다면 트빌리시 디두베(Didube) 버스터미널에서 스테판츠민다행 마르슈룻카(합승 미니버스)를 타면 요새 앞을 지납니다. 기사에게 아나누리에서 내려 달라고 말하면 됩니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미니버스를 길가에서 잡아탈 수도 있지만 언제 올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택시나 기사 딸린 차량을 이용하거나, 이곳에 들르는 카즈베기 당일 투어로 방문합니다.
같은 길 위의 다른 명소와 함께 둘러보기
이곳에서는 보통 45~90분 정도 머뭅니다. 교회 두 곳과 탑을 보고 물가를 산책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보다 오래 머물면 북쪽의 다른 명소에 쓸 시간이 줄어듭니다.
같은 도로 위에는 이런 곳들이 있습니다.
- 파사나우리: 조지아식 큼직한 육즙 만두인 힌칼리로 유명합니다.
- 구다우리: 악마의 계곡 위로 타일 파노라마가 펼쳐진 러시아-조지아 우호 기념비가 있습니다.
- 스테판츠민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카즈베크산 아래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가 있습니다.
구다우리에서 내려오는 길이라면 트빌리시에 닿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기에 아나누리만 한 곳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나누리 요새 단지는 구다우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나요?
조지아 군사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45km, 차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트빌리시에서는 약 72km 거리라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든 중간에 들르기 좋습니다.
가장 한산한 방문 시간은 언제인가요?
평일은 오후 3시~8시, 주말은 오후 6시~8시가 한산합니다. 트빌리시발 당일 투어가 도착하는 주말 오전 10시~오후 3시가 가장 붐비므로 이 시간대는 피하세요.
운영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요일과 상관없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합니다. 계절이나 교회 축일에 따라 시간이 바뀔 수 있으니, 늦은 시간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복장 규정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두 교회 모두 실제로 예배가 열리는 정교회 교회입니다. 여성은 머리를 가리고 치마를 입어야 하며, 남성은 긴 바지를 입어야 합니다. 보통 입구 근처에 두르는 천이 마련되어 있지만, 확실하게 하려면 직접 챙겨 가세요.
얼마나 머무는 것이 좋을까요?
45~90분이면 성모승천 교회의 조각 외벽과 작은 교회를 둘러보고, 셰우포바리 탑에 올랐다가 저수지까지 걸어 내려가 볼 수 있습니다.
구다우리 여행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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