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강암과 석회암, 그리고 로터리
로터리를 따라 차들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아갑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울타리를 두른 섬이 있습니다. 잔디와 가지런히 다듬은 산울타리로 꾸민 이 섬 위에 아치 다섯 개를 품은 연한 빛깔의 석조 문이 서 있습니다. 가운데 세 개는 둥근 아치이고, 그중 한복판의 아치가 가장 높습니다. 양쪽 끝의 두 개는 윗부분이 네모난 모양인데, 마차가 아니라 걸어 다니는 사람에게 맞춘 크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알칼라 문입니다. 카를로스 3세의 명으로 프란체스코 사바티니가 설계했고, 1778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알칼라 데 에나레스(Alcalá de Henares)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던 옛 문을 대신해 세워졌기 때문에 지금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문 꼭대기에는 완공 연도와 국왕의 이름이 라틴어로 새겨져 있습니다. REGE CAROLO III ANNO MDCCLXXVIII.
돌에 새겨진 이야기 읽기
가까이 다가가 위를 올려다보시기 바랍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아랫부분은 회색 화강암, 윗부분은 그보다 밝은 석회암으로 지어져 멀리서 보아도 두 가지 색조로 나뉘어 보입니다. 꼭대기에는 정교한 조각이 빼곡합니다.
- 아치 이맛돌마다 박혀 있는 사자 머리
- 중앙부 꼭대기를 장식한 아기 천사상과 무기 전리품 장식
- 명문 위로 높이 받쳐 든 문장
- 아치 하나하나를 감싸는 기둥과 주두
조각은 로베르토 미셸과 프란시스코 구티에레스의 작품입니다. 문의 앞뒤 두 면은 서로 똑같지 않으니 로터리를 한 바퀴 온전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알칼라 거리(Calle de Alcalá) 쪽에서 보는 모습과 레티로 공원 쪽에서 보는 모습은 구성부터 다릅니다.
독립 광장 가는 길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레티로역(2호선)입니다. 알칼라 거리에 있으며, 문에서 동쪽으로 몇 분만 걸으면 닿습니다. 방코 데 에스파냐역(2호선)에서 내리면 시벨레스 분수가 나옵니다. 여기서 알칼라 거리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조금만 걸으면 문에 도착하는데, 가는 내내 정면으로 아치가 보입니다.
주소는 Pl. de la Independencia, s/n, 28001 Madrid입니다. 여기서 ‘s/n’은 ‘번지 없음’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약자입니다. 기념물이 광장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 따로 번지가 없습니다. 광장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도 여럿 있지만, 대개는 걸어서 가는 편이 더 수월합니다.
누구나 흥얼거리는 노래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스페인 사람에게 이 문 이야기를 꺼내면 노래 한 소절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아나 벨렌과 빅토르 마누엘이 1986년에 발표한 노래 「알칼라 문(La Puerta de Alcalá)」은 ‘흘러가는 시간을 지켜보는’ 이 문의 눈으로 마드리드의 200년 역사를 훑어 내려갑니다. ‘저기 있네, 저기 있네, 알칼라 문’이라는 후렴은 스페인 대중가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가사로 꼽힙니다.
섬 쪽으로 길을 건너며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틀어 두는 것은 많은 여행자가 지키는 작은 의식입니다. 이 문이 시내 곳곳의 기념품과 벽화, 냉장고 자석에 그토록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드리드 사람들에게 이 문은 곧 도시 그 자체입니다.
인파를 피해 사진 찍기 좋은 시간
문은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때는 단연 이른 아침입니다. 평일 오전 7시~9시, 주말 오전 7시~10시가 가장 한산합니다. 이 시간에는 섬 주변이 거의 비어 있��, 동쪽에서 낮게 비치는 햇살이 레티로 공원 쪽 면을 비춥니다.
주말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는 가급적 피하시기 바랍니다. 광장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입니다. 레티로 공원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가 광장을 가로지르고, 단체 관광객이 이곳에 멈춰 서며, 횡단보도마다 휴대전화를 치켜든 사람들이 기다립니다. 해가 지면 아치에 조명이 들어옵니다. 평일 저녁에 가면 주말의 북새통 없이 불 밝힌 석조 문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길 건너기, 구도 잡기, 그리고 차 조심
이곳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느긋하게 머무는 곳이 아닙니다. 마드리드 사람들은 대부분 버스 창밖으로 보거나 공원에 들어가는 길에 지나치며 봅니다. 몇 가지만 기억하면 훨씬 편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 반드시 횡단보도를 이용하세요. 로터리는 차량 통행이 많습니다. 더 좋은 각도를 찾겠다고 차도로 내려서는 것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 어느 쪽에서 볼지 정하세요. 레티로 공원의 독립 문(Puerta de la Independencia) 앞 보도에서는 문을 정면으로 깔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시벨레스에서 알칼라 거리를 따라 다가가면 긴 대로 끝에 아치가 걸린 구도가 나옵니다.
-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꽃과 나무를 심은 섬은 바라보기 위한 곳이지, 넘어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 가방을 잘 챙기세요. 마드리드 도심의 붐비는 사진 명소에는 소매치기가 꼬이기 마련이며, 특히 주말 혼잡 시간대에 조심해야 합니다.
출입구도 없고 낼 돈도 없으니 현금이나 예약은 필요 없습니다. 15~30분이면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사진까지 찍을 수 있습니다.
다음 행선지
이 문은 여러 동네를 잇는 연결 고리로 삼기에 좋습니다. 광장 건너편의 독립 문을 지나면 부엔 레티로 공원으로 들어갑니다. 보트를 탈 수 있는 에스탄케 그란데(Estanque Grande) 호수와 그 너머의 크리스털 궁전으로 향해 보시기 바랍니다.
서쪽 내리막길로 가면 시벨레스 광장(Plaza de Cibeles)과 분수가 나오고, 그 뒤로 마드리드 시청인 시벨레스 궁전(Palacio de Cibeles)이 서 있습니다. 더 나아가면 프라도 거리(Paseo del Prado)가 프라도 미술관 앞을 지납니다. 북쪽으로는 광장에서 시작하는 세라노 거리(Calle de Serrano)를 따라 살라망카 지구의 쇼핑가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알칼라 문을 가장 한산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평일에는 오전 7시~9시, 주말에는 오전 7시~10시가 가장 조용합니다. 광장이 가장 붐비는 주말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는 피하시기 바랍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어디인가요?
가장 가까운 역은 레티로역(2호선)으로, 알칼라 거리를 따라 문에서 동쪽으로 몇 분만 걸으면 됩니다. 방코 데 에스파냐역(2호선)도 이용할 수 있는데, 시벨레스 분수에서 오르막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됩니다.
문 안에 들어가거나 아치 밑을 걸어서 지나갈 수 있나요?
아닙니다. 문은 독립 광장 로터리 한가운데, 울타리를 두르고 꽃과 나무를 심은 섬 위에 서 있습니다. 주변 보도와 횡단보도에서 밤낮 언제든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머물면 충분한가요?
로터리를 한 바퀴 돌며 앞뒤 두 면의 조각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는 데 15~30분이면 충분합니다. 대부분은 이어서 레티로 공원으로 들어가거나 시벨레스 쪽으로 내려갑니다.
밤에 볼 만한가요?
그렇습니다. 해가 지면 아치에 조명이 들어옵니다.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주말 인파를 피하려면 평일 저녁에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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