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에게 바친 분수
대리석이 깔린 쿠레테스 거리(Curetes Street)는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이어집니다. 그 중간쯤 오른편에 기둥이 늘어선 높은 정면이 솟아 있는데, 이것이 바로 튀르키예어로 Trajan Çeşmesi라고 부르는 트라야누스 분수입니다. 서기 2세기 초, 에페소스의 부호였던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아리스티온이 비용을 대어 짓고 당시 로마를 다스리던 황제에게 바쳤습니다.
이 분수는 님파이움, 즉 기념비 성격을 띤 대형 공공 분수였습니다. 위층에서 쏟아진 물은 거리 높이에 있는 길고 얕은 수조에 모였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물동이를 채우기도 하고, 그저 물가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공기를 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벽감마다 조각상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도시 사람 모두가 지나다니는 자리에 세운 이 헌정물은 황제를 향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지구본 위의 발
가장 먼저 찾아보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가운데 벽감의 부서진 조각상 받침대 위에는 지금도 구체를 딛고 선 발 하나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발은 거대한 트라야누스 조각상의 일부였고, 발밑의 구체는 황제가 다스리던 세계를 상징했습니다.
발목 위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나머지 모습은 머릿속으로 그려 볼 수밖에 없는데, 뜻밖에도 이것이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됩니다. 그다음에는 거리 가장자리까지 물러나 전체 구조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 2층으로 쌓은 기둥: 고고학자들이 원래 부재를 활용해 일부를 다시 세웠습니다
- 벽감: 한때 신들과 기부자 주변 인물들의 조각상이 놓여 있던 자리입니다
- 수조의 윤곽: 정면 앞쪽에 남아 있어 물이 고이던 위치를 보여 줍니다
- 비문: 많이 닳았지만 곳곳에서 읽을 수 있으며, 황제와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모습은 아나스틸로시스라고 부르는 부분 복원의 결과입니다. 원래 돌도 있고 현대에 보충한 돌도 있는데, 돌 색깔이 두 가지로 달라 쉽게 구분하실 수 있습니다.
관람 동선 속 분수의 위치
에페소스는 비탈을 따라 펼쳐진 도시라서 분수가 어디쯤 있느냐에 따라 만나게 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위쪽 출입구로 들어오면 국가 아고라와 오데온, 도미티아누스 광장을 차례로 지납니다. 이어서 헤라클레스 문을 통과하면 쿠레테스 거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편에 분수가 나타납니다.
계속 내려가면 하드리아누스 신전과 스콜라스티카 목욕탕이 나옵니다. 그다음에는 보호 지붕을 씌운 테라스 하우스가 있고, 맨 아래에서 켈수스 도서관이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모두가 사진을 찍으러 오는 구간 바로 앞에 분수가 자리하다 보니,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기보다 한 번 힐끗 보고 지나가곤 합니다.
바로 그 점이 이곳의 소박한 매력입니다. 단체 관광객들이 켈수스 도서관 쪽으로 계속 흘러가는 동안 난간 한쪽을 혼자 차지하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셀추크 시내에서 가는 방법
분수는 셀추크 중심가에서 약 3 km 떨어진 에페소스 유적지 안에 있습니다. 셀추크 기차역에는 이즈미르에서 오는 지역 열차가 다니며, 공항에서 출발하는 열차도 있습니다. 버스 터미널에는 도시 간 장거리 버스와 현지 미니버스인 돌무쉬(dolmuş)가 오갑니다.
- 도보: 시내에서 아래쪽 출입구까지는 평지라 걷기 어렵지 않지만, 길에 그늘이 거의 없습니다
- 돌무쉬: 파무자크(Pamucak)나 쿠샤다스(Kuşadası) 방면 미니버스를 타면 아래쪽 출입구로 이어지는 길 근처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기사에게 “에페스(Efes)”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 택시: 위쪽 출입구까지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많은 분들이 택시로 위쪽까지 올라간 뒤 유적지 전체를 걸어 내려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분수는 대략 동선의 중간쯤에 나타납니다. 다리가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전에 만나게 되는 데다, 관람이 시내와 가까운 아래쪽 출입구에서 끝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고대의 돌, 현대의 햇볕
일정을 짤 때 가장 신경 쓰셔야 할 것은 그늘입니다. 쿠레테스 거리는 가릴 것 하나 없이 대리석이 드러난 길이라 여름에는 돌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상당합니다. 분수 앞에서 느긋하게 머물고 싶다면 봄이나 가을이 훨씬 좋습니다.
대규모 단체 관광객은 대부분 쿠샤다스 크루즈 항구에서 오는데, 주로 오전 중반에 도착합니다.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대개 이들보다 먼저 둘러볼 수 있고, 늦은 오후에는 관광버스가 떠나면서 한산해지는 편입니다. 에페소스의 운영 시간은 계절마다 바뀌므로 오래된 가이드북에 의존하지 마시고 공식 사이트에서 이번 달 시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파를 피해 에페소스를 걷는 요령
이곳에서는 작은 습관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분수 앞에서 특히 도움이 되는 요령을 소개합니다.
- 단체 관광객이 지나가도록 기다리세요. 가이드 투어 일행이 분수 앞에 멈춰 서면 하드리아누스 신전까지 먼저 내려갔다가 몇 분 뒤에 다시 올라오세요. 거리는 금방 한산해집니다.
- 돌 위에 올라가지 마세요. 수조 가장자리나 떨어진 석재가 벤치처럼 보이지만, 앉아 있으면 유적지 경비원이 비켜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대리석도 유적의 일부입니다.
- 정면은 길 건너편에서 감상하세요. 맞은편 보도에서야 두 층이 한눈에 들어오고, 보행자 흐름에 방해가 되지도 않습니다.
- 입장료는 미리 준비하세요. 출입구 매표소에서는 대체로 카드를 받습니다. 튀르키예의 박물관 패스인 뮈제카르트(Müzekart)는 에페소스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유적지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최신 이용 조건은 박물관 패스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물을 챙겨 가세요. 유적지 안에는 편의 시설이 많지 않고, 그나마 대부분 출입구 근처에 모여 있습니다.
테라스 하우스는 출발 전에 미리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입장권을 따로 구매해야 하며, 분수 바로 아래쪽에 있습니다. 관람할 계획이라면 쿠레테스 거리 중간에서 고민하기보다 출입구에서 결정하는 편이 수월합니다.
시내에서 만나는 트라야누스의 잃어버린 조각상
이야기의 마무리는 셀추크 시내에서 이루어집니다. 분수에서 발견된 조각상 여러 점이 지금은 시내 중심가의 에페소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적지를 본 뒤 이곳을 찾으면 조금 전 지나온 텅 빈 벽감이 머릿속에서 채워집니다.
셀추크는 아담한 도시라 박물관과 함께 몇 곳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 성 요한 바실리카: 아야술룩 언덕에 있는 폐허가 된 교회로, 사도 요한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자리 위에 세워졌습니다
- 이사 베이 모스크: 같은 언덕 기슭에 있는 14세기 모스크입니다
- 아르테미스 신전 터: 한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습지 들판에 다시 세운 기둥 하나만 남아 있습니다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다면 오전에는 에페소스를, 오후에는 시내를 둘러보시면 됩니다. 분수 자체는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곳이기에 시간을 내어 들러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트라야누스 분수는 정확히 어디에 있나요?
셀추크 중심가에서 약 3 km 떨어진 에페소스 유적지 안의 쿠레테스 거리에 있습니다. 위쪽 출입구에서 내려오다 보면 헤라클레스 문을 지난 뒤 오른편에 있으며, 하드리아누스 신전과 켈수스 도서관보다 조금 앞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분수에서는 시간을 얼마나 보내면 좋을까요?
구체 위에 새겨진 발을 찾아보고, 비문을 읽고, 길 건너편에서 정면 전체를 감상하려면 15–20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에페소스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보통 2–3시간이 걸리며, 테라스 하우스까지 보시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셀추크에서 에페소스까지는 어떻게 가나요?
아래쪽 출입구까지 걸어가셔도 되고, 파무자크나 쿠샤다스 방면 돌무쉬를 타고 기사에게 "에페스(Efes)"라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많은 방문객이 택시로 위쪽 출입구까지 간 다음, 분수를 거쳐 유적지 전체를 걸어 내려옵니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쿠레테스 거리에는 그늘이 거의 없어서 봄과 가을이 가장 쾌적합니다.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대개 오전 중반에 몰려드는 단체 관광객보다 먼저 둘러볼 수 있습니다.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바뀌므로 출발 전에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분수에 있던 원래 조각상은 어디에 있나요?
분수에서 발굴된 조각상 여러 점이 셀추크 중심가의 에페소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적지를 본 뒤 들르기 좋으며, 근처의 성 요한 바실리카와 이사 베이 모스크도 함께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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