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도심은 트램과 차량 행렬에 빙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남서쪽으로 15분쯤 걷다 보면 도시의 풍경이 사라지고, 아름드리 고목과 넓은 잔디밭, 느릿하게 흐르는 물줄기가 나타납니다. 라이프치히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는 곳이 바로 이 클라라 체트킨 공원입니다. 자갈 산책로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과 담요를 깔고 앉은 학생들, 음악당으로 향하는 가족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공원은 밤낮없이 열려 있고 입장료도 받지 않습니다.
오래된 녹지를 이어 붙여 만든 공원
이 공원은 처음부터 하나로 설계된 곳이 아닙니다. 1950년대에 기존의 여러 녹지를 합쳐 조성했는데, 그 이음매가 지금도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반듯하게 정돈된 가로수길이 어느새 거친 숲으로 바뀌고, 탁 트인 풀밭이 너도밤나무 숲 앞에서 갑자기 끊기기도 합니다.
공원 이름은 사회주의 정치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였던 클라라 체트킨에게서 따왔습니다. 그는 세계 여성의 날 제정에 앞장선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이름은 동독 시절에 붙었습니다. 그 시대의 많은 이름이 사라졌지만, 이 이름은 통일 이후에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부지 일부는 옛 알베르트 공원(Albertpark) 자리입니다. 1897년 작센·튀링겐 산업무역박람회가 열린 곳이라, 지금 거니는 풀밭에는 한때 박람회 전시관들이 서 있었습니다. 공원 북쪽 끝은 요한나 공원(Johannapark)과 맞닿아 있습니다. 두 공원의 경계가 워낙 자연스러워서 대부분의 방문객은 어디서 바뀌는지도 모른 채 넘어가곤 합니다.
구시가지에서 찾아가는 법
따로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순환도로 남서쪽 모퉁이에 높은 탑이 솟은 신시청사(Neues Rathaus)에서 출발해 요한나 공원으로 들어서면 됩니다. 남서쪽으로 계속 걸으면 15~20분 만에 클라라 체트킨 공원의 너른 잔디밭에 닿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 트램: 10번과 11번 노선이 쥐트포어슈타트의 대표 술집 거리인 카를리프크네히트 거리(Karl-Liebknecht-Straße, 애칭 ‘카를리’)를 따라 운행합니다. 이 거리 중간에서 내린 뒤 서쪽으로 걸어가면 공원 동쪽 가장자리가 나옵니다.
- 자전거: 라이프치히는 지형이 평탄하고 공원 산책로도 넓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이 이 공원을 목적지라기보다 출퇴근길로 가로지릅니다.
- 슐로이지히 방면: 엘스터 방수로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공원 서쪽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길로 오면 물가 바로 옆에 도착하게 됩니다.
주소는 간단히 Mitte, 04107 Leipzig로 나와 있습니다. 정해진 정문이 없으니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산책로를 따라 만나는 볼거리
안톤브루크너 가로수길(Anton-Bruckner-Allee)은 공원 한가운데를 길게 관통하는 중심축입니다. 나무가 늘어선 곧은 길이어서 이 길만 따라가도 주요 볼거리를 대부분 둘러볼 수 있습니다.
- 야외 음악당(Musikpavillon): 따뜻한 계절이면 음악회가 열리는 유서 깊은 파빌리온입니다. 앞쪽으로 벤치와 잔디밭이 부채꼴로 펼쳐져 있습니다.
- 슈베르트 기념비: 작곡가 슈베르트를 기리는 조용한 기념물로, 잠시 길을 벗어나 들러 볼 만합니다. 바흐와 멘델스존, 바그너와도 인연이 깊은 음악 도시다운 기념물입니다.
- 야외 카페: 나무 그늘 아래에 테이블이 놓여 있어 한 바퀴 도는 도중에 쉬어 가기에 딱 좋습니다.
- 잔디밭과 숲: 일광욕이나 프리스비를 즐기기 좋은 넓은 풀밭이 있고, 나무가 빽빽한 숲 구간에서는 길이 자갈길로 바뀝니다.
공원 남쪽 끝에는 19세기부터 경마가 열려 온 샤이벤홀츠 경마장(Scheibenholz)이 있습니다. 경주로와 관람석이 보이기 시작하면 공원 남단에 다다른 것입니다.
해 질 녘의 작센 다리
공원의 사교 생활은 한 곳으로 모입니다. 안톤브루크너 가로수길이 엘스터 방수로를 건너는 지점에 놓인 작센 다리(Sachsenbrücke)입니다. 여름 저녁이면 이 다리가 라이프치히 시민들의 비공식 야외 거실이 됩니다.
사람들은 난간을 따라 앉거나 물가로 내려가는 계단에 자리를 잡습니다. 거리 음악가와 기타를 든 작은 무리들도 이곳에 모여들고, 해가 기울수록 다리 위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라이프치히 사람들이 이 공원을 어떻게 즐기는지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경치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친구들과 함께 그 풍경 속에 앉아 있으려고 옵니다.
라이프치히에서 보낼 수 있는 저녁이 하루뿐이라면 가로수길을 따라 다리까지 걸어가 한동안 머물러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에서 소개할 한적한 시간대의 끝자락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붐비는 시간을 피하는 요령
이 공원은 라이프치히에서 손꼽히게 방문객이 많은 녹지입니다. 가장 붐빌 때는 카페와 음악당 근처 잔디밭이 빈틈없이 들어찹니다.
주말 혼잡도 자료에 따르면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오전 11시~오후 8시입니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 한복판에 와서 텅 빈 풀밭을 기대하는 일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주말 중 한적한 시간대는 오전 7시~오후 11시로 나와 있는데, 실제로 한산한 때는 그 시작과 끝 무렵입니다.
- 오전 11시 이전: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과 달리는 사람들이 보이고 풀잎에는 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가로수길을 따라 사진을 찍기 좋은 시간입니다.
- 오후 8시 이후: 낮 인파가 빠져나가고, 여름밤에는 한결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람들이 다리로 모여듭니다.
평일 자료는 따로 없습니다. 꽃이 피는 봄과 해가 긴 6~7월이 가장 좋은 계절이며, 가을에는 숲이 곱게 물듭니다.
라이프치히식 잔디밭 에티켓
독일 사람들은 공원을 모두가 함께 쓰는 야외 공간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몇 가지 불문율을 지키며 공원을 이용합니다.
- 병: 유리병과 플라스틱병 대부분에는 판트(Pfand)라는 보증금이 붙어 있습니다. 빈 병을 수거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으니 쓰레기통 안에 넣지 말고 옆에 세워 두세요.
- 바비큐: 이곳에서 바비큐는 여름철의 큰 즐거움이지만, 지정된 구역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불을 피우기 전에 안내판을 꼭 확인하세요.
- 자전거: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쓰는 길이 많습니다. 자전거가 출퇴근 속도로 달리니 오른쪽으로 걷고 벨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 쓰레기: 가져온 것은 모두 되가져가세요. 붐비는 주말에는 쓰레기통이 넘치기 일쑤라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 카페: 카드와 함께 현금도 조금 챙기세요. 독일의 작은 야외 매점에서는 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당 공연은 대개 무료이고 격식 없이 열립니다. 담요를 들고 편하게 왔다가 내키는 대로 자리를 뜨면 됩니다.
남서부에서 하루 보내기
주요 볼거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1~2시간 정도를 잡으시면 됩니다. 피크닉을 하거나 카페에 들를 계획이라면 시간을 더 넉넉히 두세요. 이 공원은 도시 남서부를 반나절 정도 둘러보는 일정에 넣을 때 가장 알차게 즐길 수 있습니다.
공원을 둘러본 뒤에는 동쪽의 카를리로 걸어가 쥐트포어슈타트의 식당과 술집에서 저녁을 보내 보세요. 아니면 서쪽으로 방수로를 건너 슐로이지히로 가 보셔도 좋습니다. 복원된 옛 건물과 운하 옆 골목이 어우러진, 녹음 짙은 주택가입니다.
북쪽으로는 요한나 공원을 지나 신시청사와 구시가지로 곧장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날씨만 좋다면 도심과 두 공원, 물가의 저녁 시간까지 트램 한 번 타지 않고 모두 이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클라라 체트킨 공원이 가장 한적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주말 혼잡도 자료를 보면 오전 11시~오후 8시가 가장 붐빕니다. 주말 중 한적한 시간대는 오전 7시~오후 11시로 나와 있으니, 가장 조용하게 즐기려면 오전 11시 이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 가시기 바랍니다. 평일 자료는 따로 없습니다.
라이프치히 도심에서 클라라 체트킨 공원까지 어떻게 가나요?
신시청사(Neues Rathaus)에서 요한나 공원을 지나 남서쪽으로 걸으면 15~20분 정도 걸립니다. 카를리프크네히트 거리를 지나는 10번이나 11번 트램을 타고 가다가 내려서 서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클라라 체트킨 공원은 밤에도 개방하나요?
네. 공원은 매일 24시간 개방되는 것으로 나와 있으며, 여름 저녁에는 작센 다리(Sachsenbrücke)에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공원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요?
안톤브루크너 가로수길을 따라 음악당과 슈베르트 기념비, 카페를 지나는 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 1~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피크닉을 하거나 작센 다리에서 저녁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면 시간을 더 넉넉히 잡으세요.
근처에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있나요?
공원 북쪽 끝에 맞닿은 요한나 공원을 지나면 신시청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동쪽에는 술집과 식당이 모인 쥐트포어슈타트의 카를리프크네히트 거리가 있고, 서쪽으로 방수로를 건너면 슐로이지히가 나옵니다. 남쪽 끝에는 샤이벤홀츠 경마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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