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파사드 뒤에 자리한 세 개의 박물관
요하니스플라츠에는 1920년대 후반에 지어진, 정면이 평평하고 길쭉한 건물이 서 있습니다. 바로 그라시 단지입니다. 양차 대전 사이 시기 건축답게 외관은 엄격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세로로 긴 창문이 늘어서 있고 안쪽에는 정사각형 중정이 있으며, 바깥에는 장식이 거의 없습니다. 화려한 장식은 모두 건물 안 진열장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 건물에는 서로 독립된 박물관 세 곳이 들어서 있습니다. 여러분이 찾아온 곳은 응용미술관이고, 같은 주소를 민족학 박물관과 악기 박물관이 함께 쓰고 있습니다. 세 곳은 각각 따로 운영되므로, 줄을 서기 전에 어느 입구로 들어가 어떤 입장권을 사야 하는지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라시라는 이름은 19세기에 전 재산을 라이프치히시에 기증한 이 도시의 상인 프란츠 도미니크 그라시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그가 남긴 유산으로 박물관 건물을 지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이 이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에서 방으로, 시대를 따라 걷는 길
상설 컬렉션은 전시실이 하나하나 따로 나뉘어 있지 않고,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고대에서 출발해 중세와 바로크를 지나 아르누보와 바우하우스 시기의 디자인,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걷게 됩니다. 순서대로 볼 때 진가가 드러나는 컬렉션입니다. 찻주전자나 의자 하나가 천 년에 걸쳐 어떻게 모양을 바꿔 왔는지 눈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걸으면서 눈여겨볼 만한 전시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기: 엘베강 상류 가까이에 마이센이 있는 작센 지방이니 당연히 빠질 수 없습니다
- 은기: 의례용 작품부터 식기 세트까지 다양합니다
- 가구: 옆을 스쳐 지나가는 대신 직접 안으로 걸어 들어가 볼 수 있는 시대별 실내 공간이 통째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 도자기: 유럽은 물론 더 먼 지역의 작품까지 있으며, 특히 아시아 미술 부문이 탄탄합니다
- 20세기 디자인: 이 미술관이 왜 볼 만한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곳이 바로 아르누보와 모더니즘 전시실입니다
응용미술 컬렉션만 보는 데도 2~3시간은 걸립니다. 이웃한 박물관 한 곳을 더 둘러볼 생각이라면 반나절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계단실에서는 고개를 들어 보세요
그라시의 계단실은 건물에서 손꼽히게 아름다운 공간인데도 그냥 지나치는 방문객이 많습니다. 1926년, 당시 바우하우스에서 가르치던 요제프 알버스가 이 계단을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창 연작을 디자인했습니다. 이 창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다가 2011년에 복원되었습니다.
되도록 해가 밝은 오후에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 보세요. 색유리와 투명 유리가 격자를 이룬 창은 층계참마다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위층 전시실에서 펼쳐지는 바우하우스 이야기와 그라시를 가장 뚜렷하게 이어 주는 것이 건물 전체에서 바로 이 창입니다.
늦게까지 문을 여는 수요일
주간 운영 일정에는 미리 알고 계획을 짜면 좋은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월요일은 휴관이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합니다. 다만 수요일만은 오후 8시까지 문을 엽니다.
이 수요일 야간 개장은 생각보다 쓸모가 큽니다. 평일 중 가장 한산한 시간대가 오후 6시~7시인데, 그 시간까지 문을 여는 날은 수요일뿐이기 때문입니다. 오후 5시쯤 도착하면 2~3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고, 마지막 시간은 한 주를 통틀어 가장 조용합니다.
주말 오전 11시~오후 6시는 되도록 피하시기 바랍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운영 시간 전체가 사실상 여기에 해당하며, 가장 붐비는 시간대입니다. 시대별 재현 공간과 폭이 좁은 전시 복도는 금세 사람으로 가득 찹니다. 그래서 주말에 가면 다른 관람객과 진열장을 나눠 보고, 이름난 작품 앞에서는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요하니스플라츠 가는 길
미술관은 도심 동쪽, 라이프치히 순환도로 바로 바깥쪽에 있습니다. 게반트하우스와 오페라 극장이 있는 아우구스투스플라츠(Augustusplatz)에서는 동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라이프치히 중앙역(Leipzig Hauptbahnhof)에서는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립니다.
트램은 미술관 바로 앞의 요하니스플라츠 정류장에 섭니다. 라이프치히의 대중교통은 라이프치히 교통공사(LVB)가 운영하며, 이곳의 경로 검색 서비스나 앱에서 현재 운행 노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도심을 걸어 다닐 계획이라면 니콜라이 교회 일대를 둘러본 뒤, 동쪽으로 더 나가 오후를 보내기 전에 그라시에 들르기 좋습니다.
그라시를 제대로 즐기는 법
이곳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은 대부분 조금만 준비하면 피할 수 있습니다.
- 가방: 독일 박물관에서는 큰 배낭과 외투를 물품 보관소나 사물함에 맡기도록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짐을 가볍게 챙기시거나, 입구에서 몇 분쯤 더 쓸 각오를 하시기 바랍니다.
- 입장권: 현재 요금과 세 박물관 통합권 여부는 매표소와 미술관 공식 웹사이트에 안내되어 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원하는 박물관의 입장권을 제대로 샀는지 확인하세요.
- 관람 속도: 동선이 긴 데다 현대 디자인 전시실이 맨 마지막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친 나머지 이곳을 서둘러 지나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앞쪽의 이른 시대 전시는 가볍게 훑고, 아르누보부터 이어지는 전시를 위해 체력을 아껴 두세요.
- 정숙: 독일의 전시실은 아주 조용합니다. 통화는 중정에 나가서 하시고, 사진 촬영이 허용되더라도 플래시는 꺼 주세요.
- 언어: 영어도 널리 통하지만, 매표소에서 “당케(Danke)” 한마디만 건네도 분위기가 한결 좋아집니다.
가을에 라이프치히를 찾으신다면 그라시메세(Grassimesse) 일정을 확인해 보세요. 오랜 전통을 이어 온 미술관의 연례 현대 응용미술·디자인 박람회로, 작가들이 건물 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판매합니다. 그라시가 1년 중 가장 붐비는 때이지만, 동시에 가장 활기가 넘치는 때이기도 합니다.
바로 옆, 옛 요하니스 묘지
미술관 바로 뒤편에는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로 남아 있는 옛 요하니스 묘지(Alter Johannisfriedhof)가 있습니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이 묘지에는 나무 그늘 아래로 세월에 닳은 바로크 양식과 고전주의 양식의 묘비가 늘어서 있습니다. 묘비와 무덤 조각에서는 방금 유리 진열장 너머로 보았던 석조 조각과 금속 공예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데 20~30분이 걸립니다. 긴 미술관 관람을 마친 뒤 숨을 돌리기에 제격입니다. 그다음에는 서쪽으로 가볍게 걸어 아우구스투스플라츠로 돌아가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 식사를 하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라시 응용미술관이 가장 한산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평일 중에는 오후 6시~7시가 가장 한산합니다. 다만 오후 6시 이후에도 문을 여는 날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수요일뿐이므로, 가장 조용하게 관람하려면 수요일 저녁에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붐비는 주말 오전 11시~오후 6시는 피하시기 바랍니다.
운영 요일과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월요일은 휴관합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수요일만 오후 8시까지 문을 엽니다.
관람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응용미술 컬렉션만 보신다면 2~3시간 정도 잡으시면 됩니다. 같은 건물에 있는 민족학 박물관이나 악기 박물관까지 둘러보실 계획이라면 반나절은 생각하셔야 합니다.
미술관까지는 어떻게 가나요?
주소는 Johannisplatz 5-11로, 라이프치히 구시가지 바로 동쪽에 있습니다. 미술관 문 앞의 요하니스플라츠 정류장에 트램이 섭니다. 걸어서 가신다면 아우구스투스플라츠에서는 금방이고, 라이프치히 중앙역에서는 15~20분 정도 걸립니다.
근처에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있나요?
미술관 바로 뒤편에는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로 남아 있는 옛 요하니스 묘지(Alter Johannisfriedhof)가 있습니다. 서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게반트하우스와 오페라 극장이 자리한 아우구스투스플라츠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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