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와 철, 그리고 자갈길
다른 곳을 둘러보기 전에 먼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십시오. 레든홀 마켓(Leadenhall Market)은 주철 골조 위에 유리 지붕을 얹은 아케이드 거리들이 서로 교차하는 곳입니다. 철골은 짙은 적갈색과 크림색,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고, 금박을 입힌 용과 문장이 곳곳의 세부를 장식합니다. 바닥에는 화강암 자갈이 깔려 있는데,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이 덜컹거릴 만큼 울퉁불퉁합니다.
지금의 건물은 1881년 호레이스 존스 경(Sir Horace Jones)이 설계했습니다. 타워 브리지와 스미스필드(Smithfield) 정육 시장을 설계한 바로 그 건축가입니다. 아케이드 양옆으로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상당수는 색을 칠한 간판에 상호를 금박 글씨로 새겨 두었습니다. 중앙 교차로 위에는 높다란 팔각형 채광탑이 솟아 있어 광각 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입니다.
한 자리에 쌓인 2천 년
마켓이 자리한 곳은 로마 시대 런던의 한복판입니다. 지금 서 있는 땅 아래에는 한때 론디니움(Londinium)의 포룸과 바실리카가 있었는데, 알프스 이북에서 가장 큰 로마 건축물이었습니다. 지금의 이름은 그보다 훨씬 뒤인 14세기에 이 자리에 있던 납 지붕 저택에서 유래했습니다. 그 저택은 이후 가금류와 사냥고기, 치즈를 거래하는 장터가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상인들도 바로 이 아케이드에서 고기와 닭을 팔았습니다. 오늘날의 소개 문구는 그보다 소박해서 의류·잡화 상점과 레스토랑, 바가 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스퀘어 마일에서 리뷰가 가장 많은 명소 가운데 하나이며, 평점도 꾸준히 높습니다. 한적하게 혼자 둘러볼 생각은 접으시는 게 좋습니다. 숨은 명소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찾는 단골 코스입니다.
영화 팬들에게는 다이애건 앨리로 더 익숙한 곳입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마법사들의 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마켓 바로 옆 불스 헤드 패시지(Bull’s Head Passage)에 있는 파란 문은 리키 콜드런의 입구로 나왔습니다.
EC3 찾아가기
주소는 Gracechurch St, London EC3V 1LT이지만, 입구는 여러 방향으로 나 있습니다. 동선에 맞는 역을 고르시면 됩니다.
- 뱅크역(Bank) (센트럴선·노던선·워털루 앤 시티선, DLR): 콘힐(Cornhill)을 따라 동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됩니다.
- 모뉴먼트역(Monument) (디스트릭트선·서클선): 그레이스처치 스트리트(Gracechurch Street)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 펜처치 스트리트역(Fenchurch Street) (c2c 열차): 북쪽으로 몇 분만 걸으면 됩니다.
- 리버풀 스트리트역(Liverpool Street) (엘리자베스선·센트럴선, 간선 열차): 남쪽으로 10분 정도 걸립니다.
영업시간은 상점마다 다르고, 한곳에 모아 공지하지도 않습니다. 방문 전에 마켓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하시고, 식사할 계획이라면 더욱 꼼꼼히 살펴보십시오.
활기찬 평일, 고요한 주말
마켓의 하루는 주변 오피스 빌딩의 리듬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평일 점심이면 시티 직장인들로 가득 찹니다. 이른 저녁 사무실이 비고 나면 펍에서 흘러나온 사람들이 파인트 잔을 들고 자갈길 위에 서서 술을 마십니다. 시끌벅적하고 사람 냄새 나는, 그야말로 일하는 시티다운 풍경입니다.
주말이 되면 모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아 아케이드가 조용해지고, 사진가들은 지붕과 채광탑을 거의 독차지할 수 있습니다. 활기찬 분위기를 원한다면 주중에, 건축만 오롯이 감상하고 싶다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오십시오. 평일이라도 일찍 도착하면 대개 점심시간 인파를 피할 수 있습니다.
자갈길 위 스탠딩 문화
이곳 펍은 영국의 일반적인 규칙대로 운영됩니다. 미리 알아 두면 빈 테이블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 주문은 바에서 합니다. 대부분의 펍은 음료를 자리로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계산은 주문할 때 바로 합니다.
- 결제는 카드로 합니다. 비접촉식 카드와 휴대폰 결제는 거의 어디서나 가능합니다. 바에서 팁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 서서 마셔도 됩니다. 붐비는 평일 저녁이면 사람들이 아케이드 한가운데에서 잔을 들고 서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흔한 풍경이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서성이지 마십시오.
- 직장인을 배려해 주십시오. 점심시간에 사진을 찍을 때는 옆으로 비켜서 주십시오. 짧은 휴식 시간을 쪼개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램 태번(The Lamb Tavern)은 마켓 안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온 펍으로, 위층 창가에서 교차로가 내려다보입니다. 해리 포터 속 그 문을 보러 불스 헤드 패시지에 가신다면 주변을 배려해 주십시오.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로 영업하는 상점의 출입구입니다.
문 앞에 늘어선 고층 빌딩
마켓은 시티의 옛 건축과 새 건축을 함께 둘러보는 산책의 출발점으로 제격입니다. 걸어서 10분 안에 닿는 랜드마크가 여럿 있습니다.
- 로이즈 빌딩(Lloyd’s building): 마켓 바로 뒤에 솟아 있는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입니다. 강철 덕트와 외부 엘리베이터를 바깥으로 드러내 안팎이 뒤집힌 듯한 건물입니다.
- 30 세인트 메리 액스(30 St Mary Axe): ‘거킨’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며, 북동쪽으로 몇 분 거리에 있습니다.
- 스카이 가든(Sky Garden): 20 펜처치 스트리트 꼭대기에 있습니다. 전망 공간은 무료지만 미리 예약해야 합니다.
- 모뉴먼트(The Monument): 1666년 런던 대화재를 기리는 기념탑으로, 그레이스처치 스트리트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마켓에 모뉴먼트와 스카이 가든을 더하면 알찬 반나절 코스가 완성됩니다. 로마 시대의 옛 터에서 출발해 런던의 최신 고층 빌딩까지 이어지는 동선이며,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레든홀 마켓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어디입니까?
뱅크역(센트럴선·노던선·워털루 앤 시티선, DLR)과 모뉴먼트역(디스트릭트선·서클선) 모두 걸어서 5분 정도면 닿습니다. 펜처치 스트리트역과 리버풀 스트리트역도 가까운 편입니다.
레든홀 마켓이 해리 포터 촬영지가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다이애건 앨리로 등장했습니다. 근처 불스 헤드 패시지에 있는 파란 문은 리키 콜드런의 입구로 쓰였습니다.
레든홀 마켓은 주말에도 문을 엽니까?
아케이드는 주말에도 지나다닐 수 있지만, 상점과 레스토랑, 바는 문을 닫는 곳이 많습니다. 덕분에 한적해서 사진 찍기에는 좋습니다. 개별 가게의 영업시간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십시오.
레든홀 마켓은 얼마나 둘러보면 됩니까?
아케이드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 데 30~6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펍에서 점심을 먹거나 한잔할 계획이라면 시간을 더 넉넉히 잡으십시오.
레든홀 마켓 근처에 또 어떤 볼거리가 있습니까?
로이즈 빌딩이 마켓 바로 뒤에 있습니다. 거킨, 20 펜처치 스트리트의 스카이 가든(사전 예약 필수), 런던 대화재 기념탑인 모뉴먼트도 모두 걸어서 10분 안팎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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