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로드의 고딕 정문
길을 잃고 이곳까지 흘러든 대성당처럼 보이는 건물입니다. 옥스퍼드 로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테라코타와 석재 외관에 뾰족한 아치와 탑까지 갖춘 이 건물은 앨프리드 워터하우스(Alfred Waterhouse)의 작품입니다. 맨체스터 시청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답게, 그 솜씨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박물관은 맨체스터 대학교 소속입니다. 건물 밖 인도에서는 노트북을 든 학생들이 바삐 오가고, 버스도 쉴 새 없이 지나갑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빅토리아 시대의 오래된 전시관을 지나 새 전시실로 이어집니다. 새 전시실은 2023년 재개관 당시의 대규모 리모델링으로 추가된 공간입니다.
상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 북부에서 리뷰가 가장 많이 달린 박물관 가운데 하나인 만큼, 한적하게 혼자 둘러보기는 어렵습니다. 관람 시간은 2~3시간 정도로 계획하시기 바랍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볼 곳만 골라 90분쯤 둘러보는 가족이 많습니다.
스탠, 마하라자, 그리고 뼈의 무게
대부분의 방문객은 공룡부터 찾아갑니다. 스탠(Stan)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골격을 통째로 본뜬 복제 표본입니다. 워낙 높이 세워져 있어서 어른들은 한 걸음 물러서고 아이들은 앞으로 바짝 다가섭니다. 머리뼈 하나만 해도 웬만한 아기의 키보다 깁니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사연을 지닌 골격은 공룡이 아닙니다. 마하라자(Maharajah)는 1872년 에든버러 경매에서 팔린 코끼리입니다. 기차 객차에 타는 대신 사육사와 함께 맨체스터까지 걸어서 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뼈가 박물관에 서 있고,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것도 바로 그 여정 이야기입니다.
두 골격을 둘러싼 자연사 전시관은 천장이 높고 진열장이 줄지어 늘어선 방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음과 같은 전시물로 가득합니다.
- 포유류와 조류의 골격 표본
- 지질 시대 순으로 배열한 화석
- 대학 연구 소장품에서 나온 표본이 담긴 서랍과 진열장
미라와 고대 세계
이곳의 이집트학 소장품은 영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입니다.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까지 발굴 작업을 후원한 산업 시대 맨체스터의 후원자들 덕분에 모인 유물이 적지 않습니다. 전시실에는 관과 미라, 부적은 물론, 죽은 이와 함께 묻힌 일상 용품도 놓여 있습니다.
전시 방식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인간의 유해를 단순한 구경거리로 다루지 않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맥락과 함께 보여 줍니다. 이 구역은 여유를 두고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진열장은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그 안에 든 장신구와 도구, 글자가 새겨진 조각들이 있어야 관이 비로소 이해됩니다.
새로 생긴 전시실
2023년 재개관 때 추가된 전시실들은 박물관의 무게중심을 바꿔 놓았습니다. 남아시아 전시실(South Asia Gallery)은 대영박물관과 협력해 만들었고, 남아시아 디아스포라 구성원들이 함께 꾸몄습니다. 역사 유물과 영국 안팎의 현대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 근처의 리 카이 훙 중국 문화 전시실(Lee Kai Hung Chinese Culture Gallery)에서는 중국의 역사와 맨체스터 중국인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획전은 대형 전시홀에서 열립니다. 일부 기획전은 유료일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박물관 웹사이트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강연, 가족 프로그램, 폐관 후 행사 등 이벤트 일정도 알차게 짜여 있습니다.
토요일 오전 8시, 한발 앞선 출발
이 박물관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이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다른 날보다 두 시간 이른 오전 8시에 문을 엽니다. 주말 중에서는 오전 8시~10시가 단연 가장 한산한 시간대입니다.
그래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토요일 이른 아침이 일주일 중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휴대폰을 든 인파에 가로막히지 않고 스탠 앞에 설 수 있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미라 전시실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정오 이후에는 가급적 방문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후 12시부터 5시 사이에는 전시실이 가득 차서, 이집트 전시실에서는 사람들 틈에 끼어 느릿느릿 움직여야 합니다.
수요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간대입니다. 다른 날은 모두 오후 5시에 문을 닫지만, 수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운영합니다. 수요일 오후 5시~6시에는 건물 안이 가장 고요합니다. 고대 세계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성인 관람객에게 안성맞춤인 시간입니다.
옥스퍼드 로드 캠퍼스 가는 길
박물관은 도심 남쪽, 옥스퍼드 로드 중에서도 대학교가 자리한 구간에 있습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차: 맨체스터 옥스퍼드 로드역에서 옥스퍼드 로드를 따라 남쪽으로 약 15분 걸으면 됩니다. 맨체스터 피카딜리역(Manchester Piccadilly)에서는 걸어서 조금 더 걸립니다.
- 버스: 옥스퍼드 로드는 유럽에서 버스 통행량이 가장 많은 도로 가운데 하나입니다. 피카딜리 가든스나 세인트 피터스 스퀘어에서 대학교 방면으로 남쪽을 향하는 버스라면 거의 모두 입구 가까이에 섭니다.
- 도보: 세인트 피터스 스퀘어에서 옥스퍼드 로드를 따라 곧장 내려가면 됩니다. 도중에 팰리스 극장(Palace Theatre)을 지나 철교 아래를 통과합니다.
캠퍼스 내 주차 공간은 부족하고, 대부분 허가증 소지자 전용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둘러보는 법
이곳에서는 어떤 티켓보다 방문 시간과 관람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무료로 개방되기 때문에 주요 전시실은 예약하려고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유료 기획전이 열릴 때입니다. 이 경우에는 방문 전에 온라인으로 시간대를 예약해 두시기 바랍니다.
단골 방문객들은 이렇게 관람합니다.
- 관람 순서를 정하세요. 대부분 공룡을 먼저 보고 미라를 나중에 보므로, 붐비는 시간에는 순서를 거꾸로 해 보세요.
- 여유가 되면 기부해 주세요. 입장료는 무료이며, 입구 근처의 기부함과 비접촉 결제 단말기로 모인 기부금이 무료 입장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됩니다. 맨체스터에서는 카페와 기념품점을 비롯해 어디서나 카드와 비접촉 결제가 일반적입니다.
- 카페에서 한숨 돌리세요. 붐비는 주말에는 관람 도중 잠시 쉬어 가면 방학을 맞아 몰려든 인파가 먼저 전시실을 지나갑니다.
- 월요일을 잊지 마세요. 월요일은 종일 휴관입니다. 모르고 갔다가는 옥스퍼드 로드까지 헛걸음하기 십상입니다.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박물관을 나선 뒤에도 옥스퍼드 로드에는 볼거리가 이어집니다. 바로 옆에는 휘트워스 홀(Whitworth Hall)과 올드 쿼드(Old Quad)를 비롯해 워터하우스 특유의 석조 양식을 이어받은 대학교의 오래된 건물들이 있습니다. 남쪽으로 향하기 전에 잠깐 한 바퀴 둘러볼 만합니다.
옥스퍼드 로드를 따라 15분쯤 더 걸어가면 대학교 소속 미술관인 휘트워스가 나옵니다. 휘트워스 공원을 끼고 있는 이 미술관도 무료여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하루에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공원을 지나면 러숌을 가로지르는 윔슬로 로드에 커리 마일이 펼쳐집니다. 남아시아와 중동 음식점이 줄지어 있어, 수요일 야간 개장 관람을 마치고 부담 없이 저녁을 먹기 좋은 곳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맨체스터 박물관이 가장 한산한 시간은 언제인가요?
주말에는 오전 8시~10시가 가장 한산한데, 이렇게 일찍 문을 여는 날은 토요일뿐입니다. 평일에는 오후 5시~6시가 가장 조용하지만,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하는 수요일에만 이 시간대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가장 붐비는 주말 오후 12시~5시는 되도록 피하시기 바랍니다.
운영 시간은 어떻게 되며, 월요일에도 문을 여나요?
월요일은 휴관합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리고 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수요일만 오후 9시까지 문을 엽니다. 토요일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맨체스터 박물관에는 어떻게 가나요?
맨체스터 대학교 캠퍼스 안의 옥스퍼드 로드(M13 9PL)에 있습니다. 맨체스터 옥스퍼드 로드역(Manchester Oxford Road)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립니다. 피카딜리 가든스(Piccadilly Gardens)나 세인트 피터스 스퀘어(St Peter's Square)에서 옥스퍼드 로드를 따라 남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박물관 근처에 내릴 수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얼마나 잡아야 하나요?
공룡과 이집트 전시실, 새로 생긴 남아시아 전시실과 중국 문화 전시실까지 둘러보려면 2~3시간은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은 꼭 볼 곳만 골라 90분 정도에 관람을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처에 가 볼 만한 곳이 있나요?
옥스퍼드 로드를 따라 남쪽으로 15분쯤 걸으면 휘트워스 미술관(The Whitworth)과 휘트워스 공원(Whitworth Park)이 나옵니다. 그보다 더 내려가면 러숌(Rusholme)의 윔슬로 로드(Wilmslow Road)에 커리 마일(Curry Mile)이 있어 식사하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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