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그레이브 스트리트 쪽 문을 당겨 열고 들어서면 관청가 웰링턴의 소음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안은 온통 나무입니다. 뉴질랜드 토종 목재로 만든 기둥이 뾰족한 아치를 이루며 솟아 있고, 머리 위 천장에는 짙은 색 들보가 가로지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신도석 위에 색색으로 내려앉습니다. 숲은 넉넉하지만 다듬은 돌은 귀했던 나라에서 지은 고딕 성당이 바로 이곳입니다.
숲에서 태어난 성당
올드 세인트 폴 성당은 1860년대에 세워졌습니다. 설계를 맡은 프레더릭 대처(Frederick Thatcher) 목사는 영국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뾰족한 아치와 높은 비례를 그대로 가져오되, 석재 대신 뉴질랜드산 목재로 구현했습니다. 덕분에 어떤 석조 교회보다도 가볍고 따뜻한 느낌을 주며, 나무를 짜 맞춘 이음새도 하나하나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지붕 트러스가 뒤집어 놓은 배의 선체 늑골처럼 보입니다.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비유하는데, 천장이 높은데도 공간이 아늑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본당을 따라 늘어선 나무 아치는 성단소 쪽 풍경을 액자처럼 감쌉니다. 벽면을 채운 유리창 가운데 상당수는 추모 창이며, 이 창들 덕분에 칸마다 저마다의 색을 띱니다.
이곳은 약 한 세기 동안 웰링턴 성공회의 임시 주교좌성당 역할을 했습니다. 1964년에 신자들이 몰스워스 스트리트(Molesworth Street)에 새로 지은 웰링턴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옮겨 가자, 시민들이 보존 운동을 벌여 옛 건물을 철거 위기에서 구해 냈습니다. 지금은 헤리티지 뉴질랜드 푸헤레 타옹가(Heritage New Zealand Pouhere Taonga)가 문화유산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축성된 상태 그대로이며 예배와 결혼식, 장례식, 음악회도 여전히 이곳에서 열립니다.
멀그레이브 스트리트 찾아가기
성당은 해안가와 손던(Thorndon) 사이의 낮은 지대인 피피테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소는 멀그레이브 스트리트 34번지이며, 국회 구역에서 북쪽으로 몇 블록만 가면 나옵니다.
- 역에서 걸어갈 때: 웰링턴역(Wellington Railway Station)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입니다. 웰링턴역은 카피티선, 허트밸리선, 멜링선, 존스빌선, 와이라라파선의 종착역입니다.
- 램턴 키(Lambton Quay)에서 갈 때: 북쪽으로 걸어 비하이브를 지난 뒤 멀그레이브 스트리트로 접어들면 됩니다.
- 버스로 갈 때: 웰링턴역과 램턴 키 주변에 서는 노선이 많아 어느 쪽에서 내리든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관청가에는 주차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걸어가거나 기차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관람 시간과 방문하기 좋은 때
본당을 한 바퀴 돌며 창을 살펴보고 잠시 앉아 쉬기에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거나 기념물을 읽으며 건물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면 1시간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현재는 요일과 관계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엽니다. 문화유산 건물은 시기에 따라 운영 시간이 바뀌고 일부 공휴일에는 문을 닫습니다. 게다가 실제 예배가 열리는 교회라 개인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으면 일반 관람이 중단되기도 합니다. 방문하려는 날에 헤리티지 뉴질랜드의 올드 세인트 폴 성당 페이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가 가장 한적합니다. 문 여는 시각에 맞춰 가면 본당을 거의 혼자 누릴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오후에는 서쪽 창으로 빛이 들어오니 다시 한번 들러 볼 만합니다. 다만 오후 4시 폐관 시각보다 넉넉히 앞서 도착하셔야 합니다.
빛과 나무를 읽는 법
대부분의 방문객은 가운데 통로를 따라 곧장 앞으로 걸어갑니다. 하지만 천천히 둘러보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 맨 뒤에서 시작하세요. 문 바로 안쪽에 서서 본당 쪽을 바라보십시오. 아치가 일렬로 늘어서고 선체를 닮은 천장의 모습이 가장 또렷하게 들어오는 자리입니다.
- 양옆 통로를 걸어 보세요. 이곳에는 추모 창과 기념 명판이 눈높이에 걸려 있습니다. 상당수가 초기 웰링턴 가문과 참전 군인들의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 이음새를 살펴보세요. 나무못을 박고 버팀목을 대어 목재를 짜 맞춘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장인의 솜씨입니다. 기둥에서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 잠시 앉아 보세요. 나무는 돌과 다르게 소리를 흡수합니다. 그래서 고요한 본당 안은 소리가 울리기보다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예배가 진행 중이지 않을 때는 대체로 내부 사진 촬영이 허용됩니다. 플래시를 쓰지 않아야 나무 특유의 따뜻한 색감이 살아납니다.
지금도 예배가 열리는 교회에서 지킬 예절
올드 세인트 폴 성당은 문화유산이면서 동시에 축성된 교회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셔야 합니다.
- 입구에서 투어를 문의하세요. 이곳에서는 가이드 투어가 운영되며, 문 앞의 가이드에게 곧 시작하는 투어가 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혼자라면 그냥 지나쳤을 세부까지 가이드가 짚어 줍니다.
- 행사 일정에 유의하세요. 결혼식이나 장례식, 리허설이 있으면 직원이 알려 주며, 나중에 다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들를 수 있도록 하루 일정을 짜 두시기 바랍니다.
- 목소리를 낮추고, 기도하러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비켜 주십시오.
- 건물 유지에 힘을 보태 주세요. 유지 관리비의 일부는 방문객의 손에서 나옵니다. 기부함과 기념품 가게는 모두 내부에 있으며, 최신 투어 정보는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안가의 박물관들보다 덜 알려진 곳이라 대개 여유롭게 머물 수 있습니다. 조용히 오래 머무를수록 이곳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손던, 비하이브와 함께 둘러보기
웰링턴 북쪽 관청가를 반나절 동안 걸어서 둘러본다면 첫 목적지로 삼기에 좋습니다.
- 국회의사당과 비하이브: 남쪽으로 몇 분 거리입니다. 방문자 센터에서 출발하는 무료 국회 가이드 투어가 있으며, 예약은 따로 해야 합니다.
- 웰링턴 세인트 폴 대성당: 몰스워스 스트리트에 있습니다. 1960년대에 콘크리트로 지은 후계 성당과 목조로 지은 원조 성당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 뉴질랜드 국립도서관: 같은 몰스워스 스트리트에 있으며, 뉴질랜드 건국 문서를 다룬 전시가 열립니다.
- 손던의 역사 깊은 거리: 북서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웰링턴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가운데 하나가 나옵니다. 티나코리 로드(Tinakori Road)에는 캐서린 맨스필드 하우스 앤드 가든(Katherine Mansfield House & Garden)이 있습니다.
- 해안가: 웰링턴역을 지나 언덕을 내려가면 테 파파(Te Papa) 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옵니다.
올드 세인트 폴 성당에서 국회의사당을 거쳐 국립도서관까지 돌면 두어 시간짜리 깔끔한 순환 코스가 됩니다. 각 장소는 앞선 곳에서 걸어서 10분 남짓이면 닿습니다.
발길을 붙잡는 이유
웰링턴에는 더 새롭고 규모가 큰 명소들이 있지만, 이만큼 완결된 공간은 드뭅니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착민들이 손에 닿는 목재로 지어 올린 고딕 성당이라는 생각입니다. 평소 교회에 잘 들어가지 않는 방문객들조차 계획보다 오래 머물다 가곤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올드 세인트 폴 성당은 언제 가야 가장 한산한가요?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가 가장 한산합니다. 문을 여는 시각에 맞춰 도착하면 본당을 거의 혼자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웰링턴의 올드 세인트 폴 성당까지는 어떻게 가나요?
성당은 피피테아의 멀그레이브 스트리트 34번지에 있습니다. 웰링턴역에서 걸어서 몇 분이면 닿고, 국회의사당과 비하이브에서는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됩니다. 근처에 주차 공간이 많지 않으므로 걸어가거나 기차를 이용하는 편이 수월합니다.
운영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엽니다. 다만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고, 결혼식이나 장례식, 행사가 있으면 문을 닫기도 합니다. 방문 전에 헤리티지 뉴질랜드의 올드 세인트 폴 성당 페이지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관람 시간은 얼마나 잡으면 되나요?
혼자 둘러본다면 3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거나 추모 창과 기념 명판을 꼼꼼히 읽어 보려면 1시간까지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근처에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있나요?
국회의사당과 비하이브가 가까이 있고, 몰스워스 스트리트에는 웰링턴 세인트 폴 대성당과 국립도서관이 있습니다. 손던에 있는 캐서린 맨스필드 하우스 앤드 가든이나 웰링턴역 너머의 해안가도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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