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 맞춰 놓은 돌계단
포팅거 스트리트는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퀸스로드 센트럴(Queen’s Road Central)에서 할리우드 로드 쪽으로 낮고 고르지 않은 화강암 돌판이 층층이 이어집니다. 광둥어를 쓰는 현지인들은 이 길을 ‘돌판 거리’라는 뜻의 섹판가이(石板街)라고 부르는데, 어떤 표지판보다도 이 이름이 거리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돌판의 가장자리를 도드라지게 하고 틈을 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탈길에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고, 빗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길에 끝내 차가 다니지 못하게 된 것도, 한 블록 떨어진 오피스 빌딩가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것도 모두 이 돌판 덕분입니다.
포팅거는 누구이고, 이 길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거리 이름은 홍콩의 초대 총독인 헨리 포팅거 경에게서 따왔습니다. 항구와 언덕 사이의 이 비탈이 곧 도시였던 식민지 초창기에 생긴 길입니다. 같은 시기에 생긴 센트럴의 골목들은 상당수가 넓혀지거나 포장되거나 평평하게 다듬어졌지만, 포팅거 스트리트만큼은 돌판을 그대로 지켜 냈습니다.
지금은 역사 명소로 지정되어 있으며, 실제로 걸어 보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쪽 데보로드 센트럴에는 유리 외벽의 고층 빌딩이 서 있고, 중간 구간에는 오래된 저층 주택과 옛 당루(唐樓) 건물의 정면이 남아 있습니다. 꼭대기의 할리우드 로드에는 골동품 가게와 갤러리가 줄지어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까지 한 번만 걸어 올라가도 홍콩이 성장해 온 단면을 훑어보는 셈입니다.
돌계단 위의 코스튬 시즌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노점들입니다. 양쪽 벽에 바짝 붙어 선 좁은 철제 가판대에서는 한곳에서 좀처럼 함께 보기 어려운 물건들을 팝니다.
- 코스튬, 가발, 가면
- 파티 소품, 현수막, 시즌 장식
- 머리 장신구, 리본, 패션 주얼리
- 단추, 지퍼, 장식 테이프를 비롯한 각종 바느질 소품
진열 상품은 달력을 따라 바뀝니다. 핼러윈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코스튬 옷걸이가 거리를 뒤덮고, 점심시간마다 퀸스로드에서 직장인들이 올라옵니다. 설날 무렵에는 빨간색과 금색 장식이 거리를 채웁니다. 한산한 달에는 바느질 재료와 일상용 액세서리가 주를 이룹니다. 노점마다 영업시간을 따로 공지하지 않으니 쇼핑이 목적이라면 낮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해가 지면 대부분의 가판대가 문을 닫지만 계단 자체는 언제든 걸을 수 있습니다.
돌계단까지 가는 법
가장 쉬운 출발점은 퀸스로드 센트럴로 나오는 MTR 센트럴역 D2 출구입니다. 서쪽으로 몇 분 걸으면 왼편으로 오르막 돌계단이 시작됩니다. 데보로드 센트럴을 달리는 트램도 거리 아래쪽 끝 가까이에 정차하니, 트램으로 출발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내려오기보다는 올라가는 방향을 추천합니다. 아래에서 위로 걷는 동선이 거리의 역사 흐름과 맞아떨어지고, 젖은 돌 위에서도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노점을 구경하며 오르면 30~45분 정도 걸립니다. 아래에 소개한 주변 골목까지 둘러본다면 두어 시간은 잡아 두세요.
갈림길에서 만나는 곳들
거리와 교차하는 골목들도 포팅거 스트리트 못지않게 시간을 들일 만합니다.
- 웰링턴 스트리트(Wellington Street): 거리 아래쪽 절반 근처에 옛날식 국숫집과 죽집이 모여 있습니다.
- 린드허스트 테라스(Lyndhurst Terrace)와 게이지 스트리트(Gage Street): 서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게이지 스트리트의 재래시장과 홍콩식 밀크티로 유명한 란퐁유엔(蘭芳園)이 나옵니다.
- 센트럴-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서쪽으로 한두 블록 떨어져 있어 언덕 위로 계속 올라가기에 편리합니다.
- 할리우드 로드: 거리 꼭대기에 있습니다. 동쪽으로 가면 옛 센트럴 경찰서 단지인 타이퀀(大館)이 나오고, 서쪽으로 가면 골동품 상점들을 지나 만모 사원(文武廟)에 닿습니다.
- PMQ: 꼭대기에서 서쪽으로 몇 분 거리인 애버딘 스트리트(Aberdeen Street)에 있습니다. 경찰 기혼자 숙소였던 건물로, 지금은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 란콰이퐁(Lan Kwai Fong): 위쪽 구간 바로 동쪽에 있는 바 거리로, 저녁에 일정을 마무리하기 좋습니다.
계단을 막지 않고 노점 구경하기
노점은 비좁고 계단은 오가는 사람이 많으니 약간의 길거리 예절을 지키면 좋습니다. 물건을 보려고 멈출 때는 먼저 돌계단 가장자리로 비켜서세요. 계단 한가운데는 배달원과 직장인들이 언덕을 오르내리는 통로입니다. 가방은 뒤로 메지 말고 앞으로 메는 편이 좋습니다.
가판대 상당수가 현금만 받는 작은 가게이니 홍콩달러를 조금 챙겨 가세요. 옥토퍼스 카드를 받는 곳도 있지만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가격은 대개 상품에 붙어 있고, 없으면 물어보면 됩니다. 이곳에서는 세게 흥정하기보다 정중하게 묻는 편이 더 잘 통합니다. 노점 주인을 찍을 때는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하지만, 비탈길 풍경을 찍는 것은 괜찮습니다.
특정한 날 입을 코스튬을 살 계획이라면 핼러윈보다 한참 앞서 장을 보세요. 어디나 그렇듯 이곳 노점에서도 인기 사이즈는 금세 동납니다.
언제 오르면 좋을까
이 거리는 여행자의 첫 방문 목록에 좀처럼 오르지 않는 곳입니다. 센트럴의 대표 명소들에 비해 리뷰 수가 훨씬 적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쇼핑 시즌에도 줄을 서는 듯한 북적임은 없고, 위쪽 계단은 지금도 거의 혼자 차지하다시피 걸을 수 있습니다.
노점이 가장 풍성하게 문을 여는 때는 평일 낮입니다. 저녁이 되면 가판대가 문을 닫고 가로등 불빛이 오래된 돌계단을 비추는데, 란콰이퐁으로 향하는 길에 사진을 찍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비가 온 뒤에는 화강암이 미끄러워지니 조심해야 하며, 접지력이 좋은 부드러운 밑창의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홍콩의 여름이라면 아침에 올라 꼭대기의 할리우드 로드를 둘러볼 체력을 아껴 두세요.
자주 묻는 질문
MTR로 포팅거 스트리트에 어떻게 가나요?
MTR 센트럴역에서 내려 D2 출구로 나가면 퀸스로드 센트럴입니다. 서쪽으로 몇 분 걸으면 왼편에 포팅거 스트리트의 오르막 돌계단이 시작됩니다. 데보로드 센트럴을 지나는 트램도 거리 아래쪽 끝 근처에 정차합니다.
포팅거 스트리트는 밤에도 갈 수 있나요?
네. 공공 도로이므로 매일 24시간 개방됩니다. 다만 가판대는 영업시간을 따로 공지하지 않으며, 해가 지면 대부분 문을 닫습니다. 쇼핑을 하려면 낮에, 등불이 비추는 조용한 산책을 원한다면 저녁에 가 보세요.
포팅거 스트리트에서는 시간을 얼마나 보내면 좋을까요?
노점을 구경하면서 퀸스로드 센트럴에서 할리우드 로드까지 올라가려면 30~45분 정도 잡으면 됩니다. 게이지 스트리트, 린드허스트 테라스, 타이퀀, PMQ까지 함께 둘러본다면 두 시간 이상 여유를 두세요.
코스튬 노점을 보려면 어느 시기에 가는 것이 가장 좋나요?
코스튬과 파티용품이 가장 다양하게 갖춰지는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직전 몇 주가 가장 좋습니다. 설날 무렵에는 빨간색과 금색 장식이 거리를 채웁니다. 인기 사이즈는 금방 동나니 특정한 행사용이라면 일찍 장을 보세요.
포팅거 스트리트 꼭대기 근처에는 무엇이 있나요?
할리우드 로드가 나옵니다. 동쪽에는 옛 센트럴 경찰서였던 타이퀀이 있고, 서쪽에는 골동품 상점과 PMQ, 만모 사원이 있습니다. 란콰이퐁과 센트럴-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모두 걸어서 몇 분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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