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스테인 위로 솟은 돔
차들이 오가는 올드 스테인(Old Steine)에 서면 정원 나무들 너머로 로열 파빌리온의 연한 빛 양파 모양 돔과 가느다란 첨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잉글랜드 남부 해안 어디에서도 이와 비슷한 건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로 뒤편에는 브라이턴 박물관·미술관(Brighton Museum & Art Gallery)과 공연장 더 돔(The Dome)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인 이곳이 바로 도시의 문화 지구입니다.
이 건물은 원래 훗날 조지 4세가 되는 왕세자를 위한 소박한 해변 별장이었습니다. 1815년부터 1822년 사이에 건축가 존 내시가 지금 보이는 인도풍 외관을 덧입혔습니다. 그런데 실내를 맡은 장식가들은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습니다. 색칠한 대나무와 붉은 옻칠, 금박 입힌 뱀으로 가득 채운, 유럽인이 상상한 환상 속의 중국을 그려 낸 것입니다.
실내: 용과 연꽃 등, 그림 속 대나무
관람은 국빈실을 한 방향으로 따라가며 진행됩니다. 방마다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어서, 위엄 있는 궁전이라기보다는 무대 세트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연회실: 이 방의 백미는 샹들리에입니다. 거대한 파초를 그려 넣은 천장 아래, 은빛 용이 발톱으로 움켜쥔 채 매달려 있으며 무게가 약 1톤에 이릅니다.
- 음악실: 금박 비늘로 덮인 돔 천장 아래에 연꽃 모양의 유리 등이 걸려 있습니다. 1975년 방화로 큰 피해를 입어 오랜 세월 공들인 복원 작업을 거쳤습니다.
- 롱 갤러리: 건물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복도입니다. 분홍빛과 푸른빛으로 그린 대나무 문양이 벽을 따라 이어지며, 계단 난간은 대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은 주철로 만들어졌습니다.
- 위층 침실: 아래층보다 조용하고 수수합니다. 이곳을 끝내 좋아하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과 관련된 방들도 여기에 있습니다.
복원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방문 시점에 따라 한두 곳이 닫혀 있거나 가림막에 덮여 있을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 어느 방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대주방의 철제 야자나무
궁전 관람에서 주방은 대개 지루한 구간이지만, 이곳은 오히려 하이라이트로 꼽힙니다. 대주방은 1810년대 최신 기술로 지어졌습니다. 천장을 떠받치는 가느다란 주철 기둥 꼭대기에는 구리로 만든 야자 잎이 달려 있습니다.
방 한가운데에는 긴 식탁이 놓여 있고, 반짝이는 구리 냄비들이 줄지어 걸려 있습니다. 조지의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이 들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의 연회는 요리가 수십 가지나 나오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주방이 연회실과 가까이 붙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십시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사진에 담는 것이 바로 야자나무 기둥이며, 양옆의 국빈실보다 덜 붐비는 경우가 많습니다.
쾌락의 궁전에서 전시 병원으로
이 궁전이 왕실의 거처로 쓰인 기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조지 4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윌리엄 4세가 사용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이곳이 비좁고 사람들 눈에 너무 잘 띈다고 여겨 1850년 브라이턴시에 매각했습니다. 여왕은 팔기 전에 가구 상당수를 들어냈지만, 이후 한 세기에 걸쳐 많은 원래 소장품이 왕실 컬렉션으로부터 대여 형식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장 가슴 뭉클한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였습니다. 1914년부터 파빌리온은 서부 전선에서 부상당한 인도 병사들을 치료하는 군 병원으로 쓰였고, 화려한 방들은 병상으로 가득 찼습니다. 정원 남쪽 입구에 서 있는 인디아 게이트는 1921년 인도 국민이 감사의 뜻으로 기증한 것입니다.
주말 인파를 피하는 법
로열 파빌리온은 브라이턴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명소 중 하나입니다. 방들이 좁아서 사람이 몰리면 관람 동선 전체가 느려집니다. 가장 붐비는 때는 주말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이 시간에 가면 다른 단체 관람객 뒤에서 느릿느릿 연회실을 지나가야 합니다.
가장 한산한 때는 평일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로, 개관 시각과 딱 맞물립니다.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발 전에 온라인으로 시간 지정 입장권을 예매하십시오. 현재 요금은 로열 파빌리온 & 가든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할인 요금 여부도 함께 알아볼 수 있습니다.
- 오전 10시 개관에 맞춰 도착한 뒤 곧장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늦은 오전 단체 관람객이 따라붙기 전에 연회실과 음악실부터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정원은 마지막으로 남겨 두십시오. 무료로 산책할 수 있으니 나중에 다시 와도 됩니다.
- 사진 촬영 규정은 입구에서 확인하십시오. 칠이 섬세한 표면이 많아 플래시와 삼각대는 대체로 환영받지 못합니다.
궁전은 요일과 상관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문을 엽니다. 마지막 입장은 폐관 전에 마감되므로 오후 5시에 도착해 들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마십시오.
일정 짜기
보통 걸음으로 방들을 둘러보는 데 약 90분이 걸립니다. 안내판을 꼼꼼히 읽거나 가구를 오래 감상하고 싶다면 시간을 더 잡으십시오. 오전 한나절이면 궁전과 정원을 보고 커피 한잔까지 서두르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파빌리온 정원은 존 내시의 리젠시 시대 설계에 따라 다시 꾸며졌으며,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빽빽한 관목이 특징입니다. 날씨 좋은 오후면 현지인들이 포장해 온 점심을 들고 잔디밭에 앉아 쉽니다. 궁전 내부를 보고 난 뒤 이곳에서 바깥의 돔을 다시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찾아가는 길과 주변 볼거리
브라이턴역에서는 내내 내리막길을 따라 약 15분 걸으면 도착합니다. 퀸스 로드(Queen’s Road)를 따라 내려가거나 노스 레인을 가로지른 다음 올드 스테인 쪽으로 향하면 됩니다. 런던 빅토리아역과 런던 브리지역에서 기차가 자주 다니므로 당일치기 여행도 어렵지 않습니다. 브라이턴 시내 중심가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기차가 더 간편합니다.
걸어서 금방 닿는 곳에는 이런 볼거리가 있습니다.
- 브라이턴 박물관·미술관: 같은 정원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 더 돔: 조지 4세의 마구간이었던 건물로, 지금은 공연장으로 쓰입니다.
- 노스 레인(North Laine): 바로 북쪽에 있으며, 개성 있는 독립 상점과 카페가 바둑판처럼 모여 있습니다.
- 더 레인스(The Lanes): 남서쪽에 있으며, 보석상과 골동품점이 늘어선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습니다.
- 브라이턴 팰리스 피어(Brighton Palace Pier): 올드 스테인을 따라 남쪽 해안가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옵니다.
오전 10시에 궁전을 먼저 보고 더 레인스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피어로 향하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로열 파빌리온은 언제 가야 가장 한산한가요?
문을 막 연 평일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가 가장 한산합니다. 주말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가장 붐비므로 되도록 피하시기 바랍니다.
로열 파빌리온의 운영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문을 엽니다. 마지막 입장은 폐관 시각보다 이르게 마감되니 공식 웹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시고,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로열 파빌리온 관람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국빈실과 대주방을 둘러보는 데 약 90분 정도를 잡으시면 됩니다. 파빌리온 정원과 바로 옆 브라이턴 박물관까지 들르려면 시간을 더 넉넉히 두십시오.
브라이턴역에서 로열 파빌리온까지 어떻게 가나요?
브라이턴역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걸으면 약 15분 걸립니다. 퀸스 로드를 따라 내려가거나 노스 레인을 가로질러 올드 스테인 쪽으로 향하면 됩니다. 시내 중심가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므로 보통은 기차가 더 편합니다.
로열 파빌리온 근처에는 무엇이 있나요?
브라이턴 박물관·미술관과 더 돔이 같은 정원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노스 레인과 더 레인스는 걸어서 몇 분 거리이고, 남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브라이턴 팰리스 피어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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